

여행코스
낚시 간다고 하면 방파제에 서 있거나 깜깜할 때 배를 타거나, 둘 중 하나죠. 고흥에는 세 번째가 있습니다.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집에서 자는 것.
코스 에디터 · 2026. 10. 20.해상 계류장에서 배를 타고 나가면 하얀 돔이 떠 있습니다. 그게 오늘 묵을 곳입니다. 해상 펜션 다섯 동, 황토방 네 동. 돔 하나에 다섯 명까지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면서 낚시를 합니다. 문을 열면 바로 바다입니다. 부잔교에 파라솔을 펴고 앉으면 득량만이 통째로 앞에 놓입니다. 입질이 뜸해도 괜찮습니다. 심심해지면 개매기 체험장으로 가 보세요. 손으로 직접 물고기를 잡습니다. 유료 해상 낚시터라 이용 방법은 미리 확인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. 고흥군 금산면 신촌내동길에 있습니다.
눈 뜨자마자 해를 보고 싶다면 금장해수욕장입니다. 옆 익금해수욕장이 고운 모래로 유명한데, 여기는 구릉 하나 너머라 성격이 다릅니다.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그 아래가 모래가 아니라 고운 자갈입니다. 밟는 소리부터 다릅니다. 바다 쪽을 보면 무인도가 점점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해가 올라옵니다.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 번잡하지 않습니다. 상시 개방이라 시간 맞춰 서두르실 필요도 없습니다.


바다 고장까지 와서 냉면을 먹자고 하면 좀 그렇습니다만, 여기는 그럴 만합니다. 메뉴가 둘입니다. 물냉 보통과 곱빼기. 물냉, 비냉, 회냉면 같은 말은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. 나온 그릇을 보면 또 당황합니다. 살짝 검은 칡 면 위에 보라색 양배추와 오이, 계란 반쪽이 전부입니다. 물냉인데 육수가 보이지 않습니다. 깻가루 뿌린 살얼음 한 덩어리가 올라와 있을 뿐입니다. 얼음이 녹을 때까지 살살 비비시면 됩니다. 한입 베어 물면 눈으로 했던 예상이 다 지워집니다.
봉암리 해안가 높은 언덕 위에 사당이 하나 있습니다. 이순신과 함께 옥포와 한산 바다에서 싸운 정운, 그리고 손죽도 해상에서 순절한 이대원. 두 사람의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. 1605년에 이대원의 아들 이대상이 세웠습니다. 언덕에 올라서면 소록도와 녹동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. 이틀 동안 떠 있던 그 바다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가는 셈입니다. 09:00에 열어 18:00에 닫습니다.


낚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, 바다 위에서 자 본 적 없는 분께 더 권하고 싶습니다. 밤에는 물 위에서 자고, 아침에는 조용한 자갈 해변에서 해를 보고, 돌아가는 길에는 언덕에 올라 그 바다를 한 번 더 내려다보는 이틀입니다. 가족과 함께라면 돔 하나에 다섯 명까지 들어갑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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